에릭 라슨 지음, 양은모 옮김/은행나무
사두고 읽지 않았던 책인데 연쇄살인범을 다루는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읽기 시작했다.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박람회를 배경으로 박람회를 성공시키려는 건축가 번햄과 도시 속에서 부유하는 여성들을 타깃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싸이코패스 홈즈의 이야기를 병렬식으로 배치했다. 연쇄살인 자체보다는 19세기 말 미국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프랑스에 대한 콤플렉스를 떨쳐버리고 자신들의 위대함을 증명하려는 미국 지배층의 욕망. 그리고 급속도로 성장하는 도시로 밀려드는 수 많은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실종되는 사람들. 논픽션인데 픽션처럼 읽힌다. 미국인들이라면 더 재밌게 읽겠지만 역사적 맥락에서 동떨어진 나로선 그저 심심풀이가 되었다. 최근 한국에서도 연쇄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급속한 도시화는 뿌리 없는 인간들을 양산하기 마련이고 특히 여성들은 표적이 되기 쉽다. 최근 추세를 볼 때, 조만간 한국에서도 큼지막한 연쇄살인이 더 터지지 않을까? 여전히 실종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