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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집회란 없다! 지겨운 순수타령 촛불집회에서도 여전하다. 순수하던 촛불집회가 변질되었단다. 그러데 물어보자. 순수가 뭐니?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촛불을 들었던 처음의 순수함이 사라지고, 촛불집회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때문에 촛불집회가 변질되었다" 내가 궁금한 점은 이거다. 왜 국민의 건강을 위해 촛불을 든 행위는 순수하며,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건 순수하지 않은가? 내가 보기엔 둘다 매우 정치적인 행위였고, 구태여 순수라는 말을 붙일 까닭이 없다. 순수했던 것이 변질된 게 아니라 촛불집회가 다루는 문제의 폭이 확대된 것일 뿐이다. 건강을 위해서 든 촛불은 순수하고, 대운하 비판을 위해서 든 촛불은 불순하다? 교육정책 비판을 위해서 든 촛불은 불순하다?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위해서 든 촛.. 2008. 7. 4.
친절한 기사님 버스를 탈 때, 처음 만나는 사람은 언제나 버스 기사다. 내가 지금까지 만나 본 버스 기사는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성깔있는 기사, 평범한 기사, 친절한 기사. 물론 평범한 기사가 성깔있는 기사로 변신할 때도 있다. 이 중에서 연구대상은 친절한 기사다. 친절한 기사들의 특징은 손님이 타고 내릴 때, 인사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친절한 기사는 헤드셋을 끼고 직접 정류장을 소개한다. 그리고 더 친절한 기사는 직접 음악을 선곡하기도 한다. 그들은 왜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 어찌보면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걸까? 그들에게 물어볼 때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인 대답은 다음과 같다. 아마 가끔 TV에서 소개되는 특이한 기사들의 대답과 유사할 거다. "친절하게 대하면 손님들이 기뻐하고, 피곤한 손님들의 마음을 조금.. 2008. 3. 21.
혼자 논술 공부하는 학생들을 위한 기출 문제 해설 데이터 베이스 나는 하루종일 책을 읽고 생각을 하고 글을 쓴다. 가끔은 강의도 한다. 그게 논술강사의 일이다. 요즘 티벳 문제로 꽤 시끄럽다. 국가사회주의의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중국의 행보는 좋은 수업자료가 된다. 이 참에 국가주의, 전쟁, 시위, 침략, 저항 등 몇 가지 주제를 묶어서 수업을 해 볼 참이다. 늘 이런 식이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어떤 사회문제가 생기면 수업에서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무튼 오늘도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쓴다. 요새 재미를 붙인 일은 기출문제 제시문에 코멘트 달기다. 혼자 읽어 보면서, 학생들은 대강 이런 저런 식으로 답안을 쓰겠거니 생각만 하는 것과 직접 그 주제와 관련해서 끄적거려 보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이게 꽤 재밌다. 다소 시간이 오.. 2008. 3. 19.
아비투스로서의 발화행위 : 반말을 없애자! 언어 사회학과 관련된 주제로 논문을 써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특히 높임말/반말이 한국인들의 의식을 어떤 식으로 지배하는가에 관심이 많았다(이게 황당한 매체철학들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보통 처음만나는 사람에게는 반말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고 해도, 반말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턱대고 반말로 시작하는 사람에게 "언제 봤다고 반말이냐?"라고 대든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경우(예컨대, 처음만난 교수가 반말을 할 때)에는 속으로만 대들 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미 커뮤니케이션은 실패다! 합리적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의사소통 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지위가 동등해야 한다. 달리 말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야 .. 2008.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