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내가 어릴 적에 『곰돌이 푸우』와 『정글북』을 심하게 좋아했다고 하셨다. 그러나 정작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 내 독서 이력의 초반, 즉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읽었던 책 중에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은 분명 『셜록 홈즈』시리즈였다. 초등학교 1학년 쯤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셜록 홈즈』시리즈 40권을 사오셨다. 나는 그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읽고 또 읽었다. 중요한 경험과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들은 지속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아마도 논리적 사고, 추론, 논증 이런 것들을 가르치며 살고 있는 지금의 내 삶은 어쩌면 셜록 홈즈를 읽던 그 시절에 이미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추리 소설들을 좋아하고, 요새도 가끔 새로운 추리소설들이 나오면 읽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살인, 복수, 사기 등등 범죄는 인간의 본성과 욕망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나는 그런 본성과 욕망(보통 '악'으로 규정되는)이 나에게도 있음을 느끼고, 그것들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내면의 작동들도 눈여겨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몇 년 전, 우연한 기회에 접했던 『멘탈리스트』가 벌써 시즌 4까지 마무리되었고, 올해 하반기에 시즌 5가 시작된다. 콜드 리딩에 능한 사기꾼 영매사 '패트릭 제인'은 TV에서 연쇄살인범 '레드 존'을 비하했다가, 그에게 부인과 딸을 살해당한다. 그 후, 제인은 영매 일을 그만두고 살인 사건을 담당하는 CBI를 돕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레드 존에게 복수를 꿈꾼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각 에피소드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제인의 방식은 단순히 단서를 통해서 추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이런 점에서 CSI와 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직관과 트릭을 통해서 인간의 심리를 읽어내는 것이다. 반복되는 트릭들도 있지만 지겨울 정도는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드라마다. 또한 중독적이다. 시즌 1부터 4까지 94편이다. 방콕 휴가용으론 조금 길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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